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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routinelog 2009/01/20 04:11


『용기를 내어 그대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가 남긴 말이다. 이 문장을 처음 접한 것은 회사 선배의 개인 블로그에서였다. 그나마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았다면 다행이었을 터. 로봇처럼 반복된 일상에 지쳐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고 있을 때였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얼마나 끔찍하고 섬뜩한 말인가. 많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바지런히 뛰어다닌 것 같은데, 정작 손에 쥐어진 것은 없었다.

타성에 젖어 사는 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퇴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했다. 남들도 대충 타협하며 둥글게 사는 듯 보였고 나 역시 적당히 묻어가면 남들만큼은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듯하다.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바래.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원하는 것을 얻고 만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것이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다. 매번 직면하는 사태에 매번 내리는 결정이지만, 그때마다 망망대해에 버려진 것처럼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든 결론은 알게 모르게 남들이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쪽보다 내 가슴이 원하는 쪽으로 기울게 마련이다. 그래야 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듯이, 원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남들이 주입하는 방식대로 살게 될지 모른다. 지금까지 참고 달린 시간이 아까워서 내 길이 아니다 싶은 길을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으로 미련스럽게 버티고 있지는 않은가. 따끈한 국물이 아쉬운 빈속에 분위기 맞추기 위해 억지로 크림스파게티를 우겨 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어느 대학교수가 수업시간에 대뜸 10만원짜리 수표를 보이며 학생들에게 물었다. 이 수표를 갖고 싶은 학생이 있습니까? 학생들은 당연히 너나할것없이 손을 들었다.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10만원짜리 수표를 손으로 구긴 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수표를 갖고 싶은 학생이 있습니까? 학생들은 이번에도 손을 들었다. 교수는 다시 수표를 바닥에 던지고 발로 짓누르기 시작했다. 역시 질문은 이어졌다. 아직도 이 수표를 갖고 싶은 마음이 듭니까? 학생들은 이번에도 손을 들었다. 교수는 입술을 떼며 한 단어, 한 단어 힘주어 말했다.
 
『여러분은 모두 10만원짜리 수표의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구겨지고 더러워진 수표라도 빳빳한 수표와 똑같이 10만원의 가치를 갖죠. 여러분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때로 여러분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짓밟히고 녹록지 않은 현실에 짓눌리기도 할 겁니다. 부디 잊지 마세요. 구겨지고 짓눌리더라도 여러분의 가치는 거기 그대로 있다는 것을요. 본질적 가치는 누구도 훼손할 수 없습니다.』

등이 시퍼렇게 푸르다 못해 에너지로 충만한 학창 시절에 우리는 다양성과 상대성의 중요성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자랐다. 개인은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고 자신만의 존재 가치가 있으며 나와 다른 남도 존중해야 할 개성을 지닌 존재라고 말이다. 학창 시절에는 등수가 찍혀 나오는 성적표가 비인간적으로만 보였고 학교를 배부른 돼지의 사육장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역시 학교처럼 인간적인 조직도 없었다. 사회에서 접하는 조직은 결과중심, 성과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이전 같지 않은 대화가 오고감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변하는 것을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현실을 받아들이되 나의 가치를 타인이 함부로 재단하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더불어 남의 가치도 함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사회가 부여하는 재단 기준은 지극히 도식화되어 있다. 더구나 획일적으로 부여한 기준과 틀에 맞추다 보면 꼭 평균만큼의 몫밖에는 자신을 키울 수 없다. 남들이 모두 한다고 발맞춰 따라가려고 버둥거리고, 남들은 다 잘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이 모양인가 하는 회의가 든다면 집 나간 자존심부터 회복하라. 그들은 모두 잘하는데 당신만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시작이 당신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다.

당당한 홀로서기를 시작하라. 남보다 조금 늦게 빛을 본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의기소침해 있다고 해도, 당신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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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408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