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지상에서 가장 슬픈 비밀공연 Al Qamishli, Kurdistan, Syria, 2008.
한밤 중, 번득이는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 흐린 불빛 속에 벌어진 쿠르드 아이들의 전통 공연. 단 한 명의 관객인 나를 앞에 두고 감춰둔 전통 복장을 꺼내 입고 금지된 모국어로 노래하고 춤추는 시리아 사막의 무릎 꺾인 어린 낙타들.
#20 폭격더미에서 살아나온 사나 샬흡 Qana, Lebanon, 2006.
레바논 남부 까나 마을 집단학살 현장. 건물 지하실로 대피한 마을 사람들 중 65명이 사망했고 그 중 35명이 아이들이었다. "A Plane VS A Child"(전폭기 대 아이들). 까나 마을 어린이 대학살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인류의 눈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폭격더미에서 살아 나온 사나 샬흡 Sana Salhub은 하루아침에 부모와 언니와 오빠와 집을 잃고 혼자서 어린 동생을 책임져야 하는 소녀 가장이 되었다.
공습사이렌이 울리는 바그다드의 밤중에도
연인들은 몰래 만나 마지막인 듯 서로를 애무하고
무서워 우는 아이에게 엄마는 자장가를 불러준다
포탄이 떨어지면 아이들은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버섯구름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다시 축구를 하고
아잔 소리가 울리면 다들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린다
동생은 어제 산 운동화를 바꾸러 나가고
둘째 형은 낡은 자동차를 고친다고 기름투성이고
누이는 저녁을 준비하며 불을 피우고 차를 끓인다
지난밤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아래 깔려 죽은
아홉살 아지자의 피가 말라 붙은 벽돌 틈에서
노란 민들레는 무심히도 꽃망울을 피워내고
포연 속에서도 새들은 알을 까고
올리브 나무가지에 꽃은 피어나고
밀밭은 푸르고 대추야자 열매는 봉긋이 오르고
골목에 널린 흰 빨래는 눈부시게 펄럭인다
바그다드의 봄 박노해
http://www.ra-wilderness.com


Tag ::
Trackback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