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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routinelog 2010/01/30 07:22
아무도 듣고 있지 않지만 텔레비전은 시위라도 하듯 화려한 조명을 발광하며 쉬지 않고 떠들어 댄다. 책상 위에 놓인 빨간 시계를 보면서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귤이 먹고 싶어.”

나는 그가 살고 있는 이층집 계단을 내려오면서 두꺼운 외투에 왼팔을 집어넣었고 다시 오른팔을 마저 끼워 넣어 지퍼를 반쯤 올렸다. 담배를 절반도 채 못 피웠는데 과일가게의 흐릿한 불빛이 불쑥하니 얼굴을 내밀었다. 검은 떼가 자욱한 주황색 천막 끝머리에 두꺼운 비닐이 땅까지 내려와 있다. 비닐문을 헤치고 가게로 들어가자 소쿠리마다 한가득 노란 귤이 담겨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소쿠리를 들여다보았고 마치 죄라도 진 것 마냥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주인아저씨가 뛰어 나왔다. 어쩌면 내가 오기 전까지 그 노인도 관객 없는 텔레비전을 틀어놓고선 꾸벅꾸벅 한겨울 졸음에 취해 있었던 모양이다. 늦은 밤 찾아온 손님을 놓칠 새라 그의 몸뚱이를 감싸주던 담요마저 어느새 차가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노인은 검은 봉지에 귤을 담아 건네주었고 나는 바지 호주머니에서 천 원짜리 세장을 꺼내 주었다.
다시 머리를 숙여 비닐문을 젖히고 나오려는데 노인의 작지 않은 목소리가 뒤통수를 때렸다.
“딸기는 안 가져가?” 나는 고개를 반쯤 돌려 잠깐 동안 노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음에 올게요.”
짧은 눈인사만 남긴 채 돌아오던 골목길은 너무나 조용해서 꽤 오랫동안 걸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