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무엇이다고 말하는 글들을 살펴보자면, 먼저 1인 미디어로서 블로그의 위상이라든가 영향력을 평가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하던 TV, 신문 등의 올드미디어와 블로그를 구분짓는 내용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블로그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좋은 블로그란 어떤 블로그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을 설정하고 블로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이야기도 있다. 블로그가 인간의 미래사회를 평등하고 자유롭게 변화시킬거라는 낙관론도 있지만 블로그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주장들 가운데는 서로 모순되는 부분이 발생하게 되고 어느 편이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블로그와 관련된 소소한 담론들은 명백한 사실로부터 도출되었다기 보다는 진행되고 있는 사회변화의 구조 속에 포함되어 있으며 현상에 대한 설명일뿐 객관적인 인과관계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점수를 매겨줄 정답 같은건 처음부터 없었다. 당연히 이들의 주장이 모두 틀렸다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블로그를 논한다면서 블로그의 효과, 블로그에 담긴 내용 그리고 블로거의 의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는 블로그라는 미디어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그것을 이용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블로그에 어떤 내용이 담기고 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가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미디어의 본질을 생략해버린 극단적으로 편중된 시각은 블로그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철저히 차단시켜 버린다.
드라마와 영화는 무엇이 다른가? 결국 드라마는 TV에 있고 영화는 극장에 있다는 차이뿐이다. 드라마의 내용과 영화의 내용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것들은 하나의 잘 짜여진 이야기인 것이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걸린 사진도 얼마든지 블로그에 담을 수 있다. 다음 카페의 콘텐츠를 그대로 블로그에 포스팅한데도 결코 어색한 사건이 아니다. 블로그가 세상에 나왔다고 신문기자들이 숟가락도 못 들만큼 굶주리지도 않는다. 구성물만 본다면 제로보드로 만든 홈페이지를 블로그라고 우겨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미디어의 근본 속성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는 명확해졌다. 이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블로그란 과연 무엇인가.
블로그는 어원의 의미상 웹상에 정렬된 순차적인 기록을 의미한다. 기록과 관련된 가장 친숙한 매체는 바로 일기이다. 본질적으로 블로그는 개인적인 미디어인 것이다. 1인 미디어 블로그는, 기존 올드미디어에 버금가는 전문적인 내용을 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원래부터 블로그는 개인적인 것이다. 그것은 대중을 향해 출판된 책도 아니고 사진작가의 갤러리도 아니다. 블로그에 사진을 개시하고 갤러리로 사용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다만 그것은 블로그에 담긴 내용의 문제이지, 블로그라는 미디어가 처음부터 사진이라는 메시지와 결부되어 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해서 공공의 미디어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블로그에 담긴 내용과 그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의 의도에서 비롯한 문제일뿐 블로그 자체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신문에 연재소설이 실렸다고 해서 신문을 집어들고 소설책이라고 우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블로그를 규정함에 있어서 미디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블로그는 분명 미디어이다. 미디어는 한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을 뜻한다. 곧 블로그는 일차적으로 개인의 표현행위를 위한 어떤 도구이며, 그 이후 타인과의 소통이 벌어지는 장소로 활용되는 것이다. 즉 블로그는 다분히 개방적인 성질의 미디어이며 상호 간의 네트워크 연결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개인적인 미디어 블로그, 또한 개방적인 미디어 블로그 사이에 상호모순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성이 반드시 폐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컨대, 블로그는 개인과 개인이 만나 메시지를 완성하는 커다란 네트워크이다. 블로그는 블로그일 뿐이라는 말에 블로그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블로그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먼저 그 속성을 이해해야만 블로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대는 그대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니체의 말처럼.


Tag ::
Trackback
Comment